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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는 태생(胎生)의 고뇌야말로 성숙의 자양(滋養)이었다.

어른들이 변화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열등감(劣等感)을 이기기 위한 단 하나의 유리한 조건, 즉 젊은이들이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아서 옛날 일을 모른다는 것을 내세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아이들이란……”이라고 결론을 낼 것인데 그런 오해를 하도록 도와줄 순 없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건만 아줌마는 자기 인생에 주인 행세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어진 인생에 충실할 뿐 제 인생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모험심(冒險心)이 부족하다. 진정한 자기의 삶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찾아보려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의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자기의 삶이라고 믿고 견디는 쪽을 택한다.

그런 선생님들의 존재증명이 나에게는 필요가 없다. 엘리트라고 하는 집단은 지금 보초병처럼 졸고 있는 장군이 같은 아이와는 처지가 다른 것이, 누가 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끊임없이 긴장하며 예지(叡智)의 칼날을 벼려놓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내가 알기로 세상을 서정적(抒情的)으로 보는 사람은 상처받게 마련이다.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 따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서정성 자체가 고통에 대한 면역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숲 속에 마른 열매가 하나 툭 떨어졌다. 나무 밑에 있던 여우가 그 소리에 놀라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호랑이가 그 여우를 보았다. 꾀보 여우가 저렇게 다급히 뛸 때에는 분명 굉장한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도 뛰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뛰는 모습을 숲속 동물들이 보았다. 산중호걸인 호랑이가 저렇게 도망을 칠 정도면 굉장한 천재지변(天災地變)이거나 외계인의 출현이다. 그래서 숲속의 모든 동물들이 다 뛰었다. 온 숲이 뒤집혀졌고, 숲은 그 숲이 생긴 이래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새의 선물.은희경.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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